'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 사용' 전문가 의견 공개
대한류마티스학회는 21일 의학전문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성인 염증성 관절염 환자에서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의 사용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 사용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14일 제38차 대한류마티스학회 추계학술 심포지엄에서 처음 공개했다.
'전문가 의견'은 소수 전문가의 동의를 얻어 기간·절차를 간소화해 가이드라인이나 지침 개발의 초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넓은 의미의 지침. 개발그룹 구성, 범위 결정, 기존진료지침 선별·평가, 핵심질문·성명 작성, 합의(델파이방법)를 거쳐 최종안을 도출한다.
이지수 이사는 "(생물학적 제제)약제를 다급하게 사용하고 싶은 마음에 비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전문의들은 학회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지만, 약 효능만 보거나, 리플렛만 보고 약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용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언급한 이 이사는 "기전이 굉장히 복잡한 약제들이다. 학회 차원에서 반드시 표준을 제시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전문가 의견'은 케이스가 가장 많은 성인염증성 관절염 환자와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에게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21명의 전문가 패널을 초청한 뒤, 델파이 서베이 2회를 거쳤다. 서베이를 통해 전문가들의 동의 정도(9점 만점)를 측정해 동의수준과 적절성을 결정했다.
이지수 이사는 "전문가들은 모든 성명에 대해 9점 만점 수준의 동의를 보였다. 적절성 또한 100%였다"면서 "1차 서베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수정·보강 후 2차에서 서베이에서 100% 합의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전문가들이 합의한 성명 12개 전문가 의견이다.(괄호 숫자는 참고할 다른 성명의 번호)
성명 1.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는 류마티스 질환의 진단과 치료 경험이 있으며, 입증된 측정 도구를 사용해 질병활성도를 평가하고 부작용을 감시할 수 있는 류마티스 전문의가 처방해야 한다.
성명 2.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를 사용할 때 환자에게 약제 관련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성명 3.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일차적으로 전통적 항류마티스약제를 적절히 사용한 후에도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특히 환자가 나쁜 예후 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를 고려해야 한다.
성명 4. 강직성 척추염에서 비스테로이드 항염제 등 기존 치료법 사용에도 불구하고 질병 활성도가 지속적으로 높은 환자에게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를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종양괴사인자 길항제로 시작한다.
성명 5.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를 사용하는 경우 메토트렉세이트와 같은 전통적 항류마티스약제와 병용 투여해야 한다.
성명 6. 강직성 척추염에서 척추 침범만 있는 경우 전통적 항류마티스약제 없이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를 단독 투여한다.
성명 7.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일차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 치료가 실패한 경우 다른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한가지 종양괴사인자 길항제 치료에 실패한 경우 다른 종류의 종양괴사인자 길항제나 다른 기전의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성명 8. 강직성 척추염에서 일차 종양괴사인자 길항제 치료가 실패한 경우 다른 종류의 종양괴사인자 길항제나(1, 3) 인터루킨-17 길항제(2, 4)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성명 9. 염증성 관절염 환자에서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를 사용하기 전 질병의 활성도 및 손상 정도, 기능상태, 질병의 관절 외 전신증상, 감염, 종양과 심부전을 포함한 동반 질환, 예방접종 기왕력 및 가임 여성의 경우 임신상태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성명 10.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를 사용하기 전 반드시 활동성 결핵 및 잠복 결핵에 대한 선별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잠복 결핵이나 활동성 결핵이 진단되면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 시작 전 적절한 항결핵제 치료를 해야 한다.
성명 11.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를 사용하기 전 B형 간염 여부에 대한 선별검사를 시행해야 한다(1, 3). 활동성 B형 간염 또는 치료받지 않은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경우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적절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2, 3).
성명 12.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를 사용하는 환자에서는 질병의 활성도 및 손상 정도, 기능상태, 질병의 관절 외 전신증상, 동반 질환, 약제의 부작용 및 합병증에 대한 추적 평가를 해야 한다.
"전문가 의견에 법적 자격을 부여한 것은 아니지만 표준적으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사람이 이 정도는 알고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한주 대한류마티스학회 의료정책이사(가천의대 길병원 류마티스내과) ⓒ의협신문
백한주 대한류마티스학회 의료정책이사(가천의대 길병원 류마티스내과)는 전문가 의견 개발의 목적과 의의를 밝혔다.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약제는 염증 과정의 주요 단계들을 확실히 차단해 질환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높은 효과로 인해 쓰임새·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백 이사는 "신약의 특성상 부가가치 창출이 높다. 높은 효과와 함께 시장이 확장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이사는 "제약회사의 경우, 효과만을 강조하고 있어 환자·의사들이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적고, 오용·과용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높은 효과와 수익성에 가려져 있는 것이 국가재정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비용 문제와 안정성 문제"라고 진단했다.
생물학적 제제는 복잡성과 거대구조라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에 의해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커진다.
실제 생물학적 제제 사용 군에서 기준 항류마티스약제 사용 군보다 폐렴, 대상포진, 결핵 등이 1.8~5배 높게 발생했다. 치료 중 생물학적 제제 사용 중단 원인 중 약 30%가 이상 반응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백 이사는 "정확히 쓸 수 있는 전문가가 만든 공식적 지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근거에 기반한 지침을 개발했다"면서 "외국의 경우 이러한 지침들이 이미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학회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이는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학회 차원에서 생물학적 제제를 다루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관련 지침들을 초보적 형태로 만들었다"면서 "최초의 시도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해당 작업의 의미를 밝혔다.
박성환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은 "류마티스 환자의 경우, 심혈관질환이나 안과 질병 등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전신질환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이런 경우 모든 것을 함께 제대로 평가해서 (생물학적제제)사용 유무나 방법 등을 결정해야 한다. 단순히 관절염 자체만 가지고 평가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생물학적 제제를 쓰더라도 반감기가 적은 것을 쓰는 게 좋은 경우, 혈관보다 피하주사가 더 좋은 경우 등이 있다. 이는 경험이 축적돼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며 "경험 없이 처방만 하게 되면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효과 면에서도 그렇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전문가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자에 대한 생물학적 제제 안정성 교육이 필수적인 만큼, 교육 수가 등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여건 마련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박성환 이사장은 "환자에게 약물을 사용하면 약제 사용에 대해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의점을 교육해줘야 한다. 안전하게 쓰기 위해서는 비형간염, 잠복 결핵, 임신 시 주의 등을 모두 안내해야 한다.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런 걸 다 얘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교육 수가 등이 전혀 설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안전한 관리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의사들이 안전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도 교육 수가를 지불하고 질문한다면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질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성환 이사장은 "대한류마티스학회는 해당 개발사항을 토대로 논문화, 지침서·가이드라인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며 "이후에는 대국민 지침서까지 개발할 계획"임을 밝혔다.
기사주소: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6524
홍완기 기자